2022학년도 8월의 마지막 2주간, 부산대언론사에 입사한 이래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공들여 기사를 완성했는데 지면을 발행하기 직전, 기사를 내보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 기사를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2주 넘게 매달렸던 기사였다. 전화 취재를 할 때마다 매번 자리를 비우는 학교 관계자에게 끈질기게 연락한 끝에 대면 인터뷰를 따냈다. 이미 삭제되어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자료를 찾아내고, 학교 밖 전문가와 여러 차례 인터뷰했다. 취재하면 할수록 드러나는 문제점 앞에 일종의 정의감을 느끼며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것 같다. 당사자의 입장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기사 분량이 길어져 숱한 검토와 피드백, 수정을 반복했다.

그렇게 기사를 완성하고 발행하기 며칠 전, 당사자로부터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건이 겨우 일단락됐는데 기사 발행으로 다시 주목받으면, 자신이 또다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지 모른다는 이유였다. 아무도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쉽게 용기를 낼 수 없어 보였다.

공든 탑도 때론 무너지는구나 싶었다. 그간의 모든 노력과 시간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단순히 기사가 발행되지 못한 아쉬움 그 이상이었다. 취재하며 분명히 문제 상황을 직관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빠졌다. 학생에게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하는 학교에 실망했고, 용기 내지 못하는 학생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우리 학교 학생이 부당한 일을 당했는데 그 학생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설득하고 보호할 힘이 없는 우리 학보사의 한계가 답답했다. 부당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사를 쓰는데 정작 부당한 일을 당한 피해 학생이 이를 반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문제 해결은 문제 제기부터 시작되는데, 피해자가 이를 원치 않아 애초에 논의조차 못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이대로 그 사건을 덮어버린다면, 없던 일로 눈 감아버린다면, 우리 스스로 학보사의 또 다른 한계를 정의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문제를 발견한 이상 우린 뭐라도 해야 한다. 다들 아는 사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해결될 수 있도록 의제화하고 공론화하는 것이 언론이 가야 할 정도라고 믿는다.

긴 논의 끝에 필자를 포함한 채널PNU는 해당 사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기 위해 심층 취재를 기획했다. 오는 10월 20일까지 부산시인권센터와 협업해 부산 지역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생 현장실습’ 과정에서 부당한 처우를 겪은 대학생 사례를 모집(https://forms.gle/JSAoTmXzdqQCQsKi9·추첨 통해 기프티콘 증정)하고, 전문가와 함께 제도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담론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보도1부장 신유준
보도1부장 신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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