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일 협력만 강화하다
-북·러·중 외교 리스크 커져
-"국제적 대립 관계 격화로
경제·안보 위협 커져 손해"

한반도 신냉전. (c) 김신영 기자

한국 정부가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밀어내는 외교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 밀착 행보를 보여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신냉전은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의 대중국, 대러시아 봉쇄 정책이 본격화되고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해 발생하는 정치·경제·문화적 차원의 대립 구도를 의미한다. 신냉전의 시작은 미국 대 중·러의 갈등 첨예화였지만, 최근 본격화된 한미일 삼국의 동맹 구조에 맞춰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군사 협력 역시 강화되는 모양새다.

The new cold war. (c) Kim Sin-Yeoung, Reporter
한반도 신냉전. (c) 김신영 기자

지난 9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행보를 보도하면서 “미국을 골탕 먹이려는 푸틴 대통령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지난 9월 12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여는 등 일정을 소화했다. 4년 5개월 만에 만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군사, 경제, 산업, 관광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는 등 군사 협력 가능성을 보였고 김 위원장은 전투기 생산 공장, 전투기 군사 기지, 해군 기지 등을 방문하고 러시아의 무기를 들여다봤다.

NYT는 러시아의 행보가 우크라이나전에 필요한 탄약 등 무기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미국에 위협적인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확대하려 하려는 노림수라고 보도했다.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도 지난 9월 18일 한국일보 기사를 통해 “러시아가 아시아를 무대로 한 패권 경쟁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라며 “판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과 북한이 갖는 효용가치가 부각되면서 한반도가 신냉전 대결 구도의 최전선으로 각인됐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중국의 입장에도 주목했다. 먼저 영국의 더타임스는 지난 9월 14일 북한이 옛 소련제 무기를 대량으로 제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을 막을 경우, 중국이 북러 간의 무기 거래를 용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도울 수 없지만,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얻는 것이 많아 북러의 무기 거래를 눈감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NYT는 지난 9월 16일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양국 관계를 급격히 진전시키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면 둘 다 중국에 덜 의존하게 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북한의 핵 프로그램 억제에 대한 글로벌 협상에서 중국이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냉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진영 간 대립이 심각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북·대러 외교 리스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 한 달 전인 지난 8월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회담을 통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위협의 실체로 명시했다. 그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탄도 미사일 방어 부문에서 협력하는 등 사실상 군사 동맹을 완성했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 연일 강경한 태도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후 북핵 확장억제력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공식 발표한 데 이어 다음날 미 의회 연설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핵·미사일 개발과 함께 규탄했다. 지난 8월에는 통일부 2024년도 예산을 전년 대비 4분의 3 수준으로 대폭 삭감했다.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 분야 예산을 40% 이상 삭감한데 이어 통일부의 남북대화·교류협력 조직을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폐합하고 정원 81명을 축소시켰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개적인 지원 행보는 러시아를 자극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에 지뢰탐지기와 지뢰 제거장비 지원을 확대하기로 발표했으며 지난 9월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23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공개적으로 지원 폭을 늘렸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4월 윤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자 대변인이 입장문을 내고 공식 반발한 바 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중회담에서 중국은 우리나라의 연내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한중관계 관리에 나선 모습을 보였다. 이전까지 중국은 한미일 3각 공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명해왔다. 지난 8월 19일,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위해 보초를 선 대가가 매우 클 것”이며 “특히 한국이 가장 큰 압박을 감수할 것”이라 비판한 바 있다. 지난 8월 21일, 중국 정부 역시 공식 입장을 통해 이들의 만남이 “진영 대결의 위험을 높일 것”을 강조하며 “아태 지역에서 분열과 대립을 조성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국제 관계 속 대립 구도가 격화됨에 따라 한반도 안보 위협과 경제 리스크 역시 커지고 있다. 한신대 글로벌피스연구원 장창준 교수는 <채널PNU>와의 인터뷰에서 “대중, 대러 관계가 단절될수록 우리 경제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며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인데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악화되어 국내 무역 적자가 최근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미국의 신냉전에 편입될수록 러시아와의 관계가 안 좋아짐에 따라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예정된 러시아 정부 대표단의 방북과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고도화될 북·중·러의 군사협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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