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O로 지어진 효원문화회관 실패
-알토란 같은 부지에 공실이 더 많아
-법적 분쟁 장기화로 상인들 깊은 한숨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정문 옆 상가에 들어선 점포는 25군데. 1층부터 4층까지 이어진 상점가지만 이제 이곳에 남아있는 가게는 10곳 남짓이다. 정문과 건물 내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하루에도 수많은 유동 인구가 지나는 곳이지만 이곳 매장들은 NC백화점에 입주한 가게의 창고로 쓰이거나 빈 채로 버려졌다. 이렇게 생긴 빈 곳에는 벌써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누구의 관리도 받고 있지 않는 ‘효원문화회관’의 을씨년스런 분위기는 남아있는 매장들의 불이 꺼지면 배가 된다.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정문 옆에 세워진 효원문화회관. 이 곳 건물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유승현 기자]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정문 옆에 세워진 효원문화회관. 이 곳 건물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유승현 기자]
과거 문구점이 있던 자리지만 지금은 텅 빈 채 창고처럼 쓰이고 있다. [유승현 기자]
과거 문구점이 있던 자리지만 지금은 텅 빈 채 창고처럼 쓰이고 있다. [유승현 기자]

1일 <채널PNU> 취재진은 효원문화회관을 찾았다. 이곳은 대학 정문 앞 ‘알토란’ 같은 부지에 있었지만 10년이 넘게 점차 비어진 탓에 모두에게 ‘골칫덩어리’나 다름없어 보였다. 우리 대학 정문 앞 노선 상가의 표준공시지가는 제곱미터 당 500만 원 가량, 8000㎡가 넘는 효원문화회관 부지의 가치는 단순 계산으로만 400억 원이 넘는다. 입점 당시 6억 원이 넘는 임대 보증금을 주고 들어온 가게들도 허다했지만, 상인들은 이제 관리비도 감당하기 힘들다며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며 상점가는 점차 동력을 잃어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학생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효원문화회관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A 씨는 “언제 가게를 빼야 할지 몰라 장사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하루하루 물건을 파는 것만으로는 내야 하는 관리비 정도만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끝나지 않는 소송

효원문화회관이 ‘유령건물’로 방치된 건 현재 △우리 대학 △신영리테일 △농협 △이랜드리테일(NC 백화점) △외부 상가 임차인 간의 법적 분쟁이 10년째 진행 중인 탓이 크다. 이곳은 2009년 우리 대학과 신영리테일(구 효원이앤씨)가 수익형 민간투자방식(BTO)으로 설립됐다. 2013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신영리테일이 농협에 지급해야 할 대출금을 연체하자 ‘효원굿플러스 소송’으로도 불리는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2019년 7월, 부산고등법원은 우리 대학이 도합 824억 규모의 해지시지급금과 이자를 농협에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우리 대학이 신영리테일의 대출금을 농협에 보증 대납한다는 보충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대학은 교육부에서 지원받은 공탁금 824억 원을 법원에 냈다.

이 공탁금을 두고 저당권을 가진 농협과 일부 상인들, 그리고 법적 대비조차 하지 못한 상인들 간의 법적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탁금을 낸 우리 대학이 효원문화회관을 정상적으로 관리 운영하려면 모든 점포가 소유권을 우리 대학에 넘겨야 한다. 그래야 농협도 우리 대학이 내놓은 공탁금을 가져갈 수 있다. 이는 2018년 7월 대법원의 판결에 근거한다. 당시 대법원은 우리 대학이 신영리테일이 갚지 못한 대출금 등을 농협에 갚아야 한다고 판결하며 상환 시기를 ‘우리 대학이 건물을 인도하는 때’로 정했다.

문제는 그때까지 효원문화회관 건물을 아무도 관리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장의 건물 관리 운영권은 여전히 신영리테일 측에 있지만, 이미 회사가 파산해 실질적으로 해당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다. 우리 대학이나 해당 건물의 저당권을 가진 농협도 소송이 끝날 때까진 효원문화회관의 계약에 관여하기 힘들다. 건물의 관리를 위탁받은 이랜드 서비스도 최소한의 관리만 수행하고 관리비만 납부 받을 뿐, 그 이상의 직접적인 관여가 불가능하다. 이랜드 서비스 측은 <채널PNU>와의 전화 통화에서 “소송에 휘말려 임차인들이 나가시는 데 아무런 계약도 변경할 수 없어 손을 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공실도 이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은 곳이 없어 현재는 방치된 상태”라고 말했다.

효원문화회관 통로 곳곳엔 매장에서 내놓은 물건들이 쌓여 길을 가로막고 있다. [유승현 기자]
효원문화회관 통로 곳곳엔 매장에서 내놓은 물건들이 쌓여 길을 가로막고 있다. [유승현 기자]
정문에서 효원문화회관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건물 도면에 나와있지 않은 가건물이 설치됐지만 점주가 떠난뒤 방치돼 누구도 손대지 못하고 있다. [유승현 기자]
정문에서 효원문화회관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건물 도면에 나와있지 않은 가건물이 설치됐지만 점주가 떠난뒤 방치돼 누구도 손대지 못하고 있다. [유승현 기자]

최근에서야 농협이 진행 중인 공탁금 출금 청구권 확인 소송의 1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1월 19일 농협이 효원문화회관 관계자 128명을 상대로 진행 중인 공탁금 출금 청구권 확인 소송에서 부산지법은 원고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우리 대학이 법원에 맡긴 공탁금 824억 원 중 농협이 채권액 520억 원과 해지시지급금 178억 원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산지법은 전체 금액 중 126억 원 상당 상인들의 채권을 인정하였으나, 보증금 등 전체 피해금액에 여전히 못 미치는 상황이다. 피고측 변호사는 해당 판결에 대해 항소할 의사를 밝혀 법적 공방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우리 대학은 효원문화회관 건물을 인도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BTO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캠퍼스기획과 홍성호 팀장은 “지금으로선 하루라도 빨리 건물을 인도 받아야 효원문화회관을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할 수 있다"며 “피해를 보는 임차인분들을 어떻게 구제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우리 대학은 효원문화회관의 관리운영권을 일부 가진 이들을 상대로 관리운영권 말소등록 소송을 올해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 대학이 이랜드리테일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법원이 적법한 관리운영권 설정 취소와 말소등록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청구를 기각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채널PNU> 3월 2일 보도).

이미 10년을 넘어간 법정 공방과 점점 더 떨어지는 매출에 지친 상인들은 하루빨리 결정이 났으면 한다고 입모아 말한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이곳에 입점한 모든 가게는 매매나 임대 등 건물과 관련된 어떤 계약도 불가능 한 탓에 상가에서 자리를 비운 임차인들도 상가를 처분하지 못하고 법원에 나가 여전히 지루한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상인 B 씨는 “작년 이맘때쯤 법원 행정관이 와서 매매나 다른 계약이 불가능하다는 공시를 붙이고 갔다”며 “지금도 계속해서 법원을 왔다 갔다 하며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효원문화회관에 저당권이 없는 상인들은 처음 분양 시에 지급했던 분양금이나 보증금을 찾기 위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의 경우 임차보증금이 최대 6억 9,000만 원인 경우까지 해당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면 상인들은 건물의 소유권이 변경되더라도 임차인으로서의 자신의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와 소유권 이전의 집행 절차에서 일정액을 보전 받을 권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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