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기상 재해가 지구촌을 휩쓸고 해수면 온도가 관측 이래 사상 최고를 갱신하는 요즘 탄소배출을 줄이는 재생에너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햇빛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발전의 보급이 확대되며 전세계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는 추세다. 인류는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식량을 얻고 화석연료에 화학에너지 형태로 저장된 태양에너지로 문명을 일구었지만 이젠 햇빛을 직접 전기로 변환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에는 반도체의 광기전 효과가 사용된다. 이는 햇빛을 흡수한 고체 속에서 전류가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흡수된 빛에너지로 생성되는 들뜬 상태의 전자를 흐르게 해 발전한다. 고체 속 전자의 거동을 2층 빌딩으로 비유해 설명해 보자. 반도체 속에서 1층은 전자가 가득 차 있어 옴짝달싹 못 하는데 반해 2층은 텅 비어 있다. 이 빌딩에 내리쬔 햇빛이 전자의 일부를 2층으로 올리면 1층에 약간의 빈자리가 생기고 2층에도 내달릴 준비가 된 들뜬 전자들이 생긴다.

하지만 빌딩으로 비유한 반도체 속에서 전자를 이동시켜 전류를 만들려면 빌딩의 균형을 깨뜨릴 무언가가 필요하다. 바로 대칭성의 파괴다. 좌우 대칭인 빌딩을 기울여 대칭을 무너뜨리면 2층의 전자는 공이 굴러가듯 낮은 쪽으로 흐른다(이는 물론 비유적 표현이다). 반면에 1층에선 전자가 떠난 빈자리를 다소 높은 곳의 이웃 전자가 채우는 과정이 반복되며 빈자리가 높은 쪽으로 이동한다. 2층의 전자와 1층의 빈자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며 전류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태양전지의 기본 원리다. 반도체에서 대칭성을 깨는 방법은 불순물을 첨가해 반도체의 한쪽에 양의 전기를, 다른 쪽에 음의 전기를 심어 경계면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전기적 비대칭성은 빛으로 들뜬 전자와 빈자리가 이동해야 할 방향을 결정한다.

현재 태양전지는 대부분 실리콘으로 만든다. 그런데 소자의 효율이 이론적 한계에 다다르자 최근 이 한계를 돌파하려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치열해졌다. 가령 최근 덴마크 연구팀은 역사상 광기전 효과가 최초로 확인된 셀레늄을 실리콘에 결합한 태양전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두 물질의 결합은 높이가 다른 두 빌딩을 연결한 상황에 대응된다. 햇빛은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외에도 적외선 등 다양한 성분이 있다. 2층 높이가 높은 빌딩이 가시광선을 흡수한다면 높이가 낮은 빌딩은 에너지가 작은 적외선을 주로 흡수해 전기로 바꾸어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인다.

물질의 대칭성을 깨서 전기적 중성을 무너뜨려 들뜬 전자를 나르는 방법 중 반도체 모양을 변형시키는 방법도 있다. 중국과 스페인 공동연구진은 최근 태양전지 후보 물질로 각광받는 할로겐화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휘어서 적지 않은 광전기 효과를 얻었다고 보고했다. 반도체에 불순물을 첨가하는 전통적인 방법에 더해 반도체의 변형에 의한 효과까지 이용한다면 기존의 효율 한계를 극복할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최초의 실용적인 태양전지는 전자공학이 활발히 연구되던 1950년대 등장했으나 효율이 낮고 비싸서 제한적 용도로만 사용됐다. 오늘날 태양전지는 다른 발전 기술과 어깨를 맞대며 대등한 지위로 올라섰다. 지구온난화의 가속으로 인류의 미래가 불확실한 시점, 태양광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치열한 연구의 최전선을 지키는 과학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고재현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교수
고재현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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