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인디문화 거점지였지만
-지금은 동아리 설 무대조차 없어
-대학생들 직접 부흥 시도하기도
-전문가 "저변 확대 위해 공간 중요"

우리 대학 단과대 소속 밴드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A(심리학, 21) 씨는 지난해 부산대학로에 위치한 한 펍에서 동아리 공연을 열었다. 마땅한 무대가 없어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공연장을 이용했지만 시설이 낡아 공연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A 씨는 “공간도 좁고 코로나 기간 운영이 되지 않아서 마이크가 노후되는 등 음향 시설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애초에 부산대학로에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터라 아쉬웠다”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인디밴드를 중심으로 ‘공연의 메카’로 불리던 부산대학로의 명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오늘 날 우리 대학의 동아리들은 학교 근처에서 설 무대가 없어 답답함을 토로한다. 대학로가 대학문화를 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우리 대학 정문에서 차량 통제 후 동아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 [취재원 제공]
2008년 우리 대학 정문에서 차량 통제 후 동아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 [취재원 제공]

지난해 10월 12일부터 11월 20일까지 <채널PNU>는 부산 청년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부산대학로에서 학내 동아리 및 청년들이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 마련 정도’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설문에 참여한 60%의 학생들이 '부족하다'고 응답했고, 8%의 학생들이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다. '적당하다'는 28%였으며 ‘충분하다’와 ‘매우 충분하다’는 각각 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현재 우리 대학 중앙동아리들은 설 무대가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우리 대학 댄스 중앙동아리인 UCDC의 35기 김종완(물리교육, 18) 회장은 “부산대학로를 포함한 금정구에서 공연할 장소가 마땅찮다’며 “교내에 밴드 동아리가 많은데 무대가 부족해 모두 서질 못하고 연습한 공연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2023년 서면에서 버스킹 무대를 연 우리 대학 댄스 중앙동아리 UCDC. [취재원 제공]
2023년 서면에서 버스킹 무대를 연 우리 대학 댄스 중앙동아리 UCDC. [취재원 제공]

이러한 탓에 우리 대학 동아리들은 우리 대학 근처에서 벗어나 무대 마련이 쉬운 곳으로 나가고 있다. 김 회장에 따르면 UCDC는 △해운대 버스킹 존 △광안리 버스킹 존 △서면 상상마당 △아시아드 주경기장 등에서 주로 무대를 펼치고 있었다. 외부 공연에서 생긴 수익은 모두 학교 근처에서 무대를 마련하는 데 쓰인다. 외부에서 공연을 하고 돈을 받아야 학교 근처에서 공연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은 “외부 공연에서 번 돈으로 교내에서 자체적으로 무대를 만들어 최대한 많은 공연 기회를 얻는 편”이라고 전했다.

우리 대학 동아리들이 설자리를 잃은 주된 계기 중 하나는 정문 앞 정기 공연이 2013년 이후 폐지되면서다. 우리 대학 정문에선 1980년대부터 학생들이 △춤 △노래 △연극 등을 선보이는 무대가 꾸준히 마련돼 왔다. 그러나 2012년 NC백화점이 개업하며 정문 공연에 대한 소음 민원이 빗발친 것이다. 이에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우리 대학 △총학생회 △동아리연합회 등은 ‘NC백화점은 학생들의 정문공연을 보장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항의 시위를 펼쳐왔으나(부대신문 2013년 10월 14일 보도) 결국 2013년을 마지막으로 정문 공연은 폐지됐다.

이는 가중되는 학생들의 취업난과 함께 2010년대부터 부산대학로에선 인디밴드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획일화된 상권이 자리잡으며 개인이 운영하는 라이브 펍 등의 입지가 줄어든 시기와도 맞물렸다(<채널PNU> 지난 3월 1일 보도).

그럼에도 동아리 활동은 언제나 ‘대학문화의 꽃’으로 불린다. A 씨는 “완벽한 공연은 아니더라도 동기, 선후배들의 노력이 묻어나는 공연들이 바로 ‘대학 문화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대학로에서 1993년부터 라이브 카페인 ‘전람회의 그림’과 라이브 펍인 ‘인터플레이 클럽’을 운영하며 우리 대학 학생들의 문화 활동을 마주했던 김정섭(61세) 씨는 “대학생이라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문화적 생각을 나누고 학술적으로도 공연 예술적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 무대가 마땅찮은 상황에서 현재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무대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관 기관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대학의 동아리 활동 부흥을 위해 지난해 ‘가을공연예술제’를 기획하는 등 노력을 쏟고 있는 극예술연구회 소속 신희(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0) 씨는 “금정문화재단과 같은 단체와 동아리 학생들 간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소통망과 같은 것들이 구축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이 나서 학교 주변에서의 동아리 무대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학생들의 문화 활동이 청년 문화와 직결되고 개인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학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 이일래(사회학) 교수는 “대학이 더더욱 스스로 삶을 만들어 나가는 시간과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대학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널PNU 특별취재팀: 윤다교 부대신문 국장, 최유민 보도부장, 최선우 전 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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