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일간신문에 스위스 소재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글로벌 성(性) 격차 보고서가 소개되었다. 이 기사에 의하면 한국의 올해 성 평등 순위는 전체 134개국 가운데 115위이다. 이는 주요 아시아 국가들보다 하위이며, 아직까지 세습적 신분제가 존재하는 인도(114위)보다 아래다. 2010년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볼 때 이 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순위 선정은 교육, 보건, 고용, 정치 등 4개부문에서 남녀 간의 불평등 상황의 계량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교육 획득 부문의 순위는 109위이나 완전평등 도달 수치가 90%에 이르는 반면, 정치 권한 부문의 순위는 104위이지만 완전평등 도달 수치가 7% 밖에 안 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교육이 남녀평등을 주고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다가올 세대를 책임질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책임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정치 권한 부문에서의 수치가 반영하듯이, 남성이 여성에 비해 기득권을 많이 누려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기사는 단지 남녀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기득권자의 비민주적인 권위의식과 이를 유지시켜주는 사회·문화적 여건을 대변한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권위의식은 대학교 내에서도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 뿐 아니라, 선배와 후배, 교수와 학생, 교수와 직원, 그리고 선임교수와 후임교수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학문의 발전은 기존 학문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학문을 가르치고 배우는 우리의 삶 또한 기존 가치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민주주의로의 발전을 위하여, 우리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권위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남녀평등을 논하면서 남성의 전유물인 군대 얘기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식 속에 남아 있는 남녀불평등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이 또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음을 전재로 단적인 얘를 들고자 한다.
 

  우리는 흔히 ‘군대 갔다 와서 철이 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는 군대에서의 경험을 통하여 어려움을 견뎌나갈 힘과 인내 및 책임감을 얻었음을 의미할 것이다. 물론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측면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군대 가기 전에 가졌던 젊음, 순수와 열정은 사라지고, 거부하기 힘든 기존의 권위에 순응하고 포기하는 법을 배운 것은 아닐까?
 

  필자가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 지방신문의 한 기자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분에 의하면 서양에서 ‘나이가 들어 철이 든다’는 것은, ‘비록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는 못할지라도, 그들에 의해 만들어질 미래를 위해 물러설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성을 느낀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기득권자는 자신의 권위와 기득권을 버리고 다가오는 세대를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을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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