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도 알고 나 자신도 알아야 백 번을 싸우더라도 위태로운 일이 없다

  내가 외국에 나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반드시 한국 문화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때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한국 문화는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와 어떻게 다릅니까?”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놀라운 사실은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부산대 학생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와 한국 문화가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사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그 비교의 난이도에 있다기 보다는 우리가 의외로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는 데에 있다.

  우리 학교와 일본의 큐슈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한일관계의 도전과 미래’라는 과목이 있다. 두 대학의 교수 7명씩 모두 14명의 교수가 팀티칭으로 진행하고, 양쪽 대학에 똑같은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한다.

  필자도 이 강의에 참여하여 지난 해 큐슈대학에 갔는데, 그 곳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물었다. ‘김치’, ‘비빔밥’ 외에는 거의 아는 것이 없는 듯했다. 정말 이렇게까지 모른단 말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면, 우리는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알까?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일본 학생이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보다는 상당히 나아 보인다. 일단 우리 주위에 수없이 많은 일본요리집을 통해 사시미나 스시와 같은 음식 문화를 익히 알고 있다. 나또나 미소(일본된장)와 같은 것도 안다. 그 이에도 다다미, 가부키, 가라데, 스모, 마쯔리, 기모노, 게이샤, 오다쿠, 사무라이, 야쿠자 등의 용어도 익숙하다.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영향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잘 모른다. 유럽의 인상주의 미술의 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우끼요에를 말하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우리의 시조보다 더 짧은 하이쿠라는 문학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더구나, 일본의 역사나 사상사로 들어가면 아주 난감해 한다. 중국의 경우는 일본보다도 더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손자병법>에 ‘상대도 알고 나 자신도 알아야 백 번을 싸우더라도 위태로운 일이 없다(知彼知己百戰不殆)’라 하였다. 앞으로 시대는 미국과 동아시아가 중심이 되는 세계 구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아야 할 상대는 누구인가? 미국과 중국, 일본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알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을 잘 알기 위해서는 문화를 알아야 한다. 문화를 통해 그들의 감성까지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를 잘 알기 위해서는 문자와 언어까지 알아야 한다.

  미국문화를 알려면 영어 공부가 필요하다. 중국과 일본을 알려면 기본적으로 한자 공부가 필수적이다.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공부를 하면 더욱 좋겠다. 우리 자신을 알려면 무엇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가? 당연히 한글이다. 한글도 글자야 쉽지만, 한글이라는 문화코드 속에 담긴 문화까지 이해하려면 결코 쉽지 않다. 사실, 한글 공부가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기초가 되는 공부이다. 한글·한자·영어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가장 기초적인 ‘지피지기’의 문화코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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