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이 판매하고, 청년들이 만드는 잡지 한 번 보세요!”라는 목소리가 지난 달 12일 서울 도심 곳곳에 울려 퍼졌다. 올 해 6월에 발간되는 빅이슈 한국판의 창간준비호가 설 연휴 전 날 무료로 배포됐다.


  빅이슈는 노숙인들에게 판매직을 맡겨 그들의 자활을 돕고, 실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주간 대중문화잡지다. 현재 ‘빅이슈 한국판 창간준비 모임’이 운영주체가 되어 노숙인 자활지원 단체 ‘거리의 천사들’과 함께 빅이슈 한국판 창간준비를 하고 있다. 안병훈 팀장은 “빅이슈는 노숙인에게 직업을 제공하여 경제적인 자립을 돕고 있어요”라며 “잡지라는 매체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라는 동등한 관계 속에서 노숙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죠”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한복과 함께 빅이슈가 적힌 하늘색 조끼를 입고 강남역, 여의도역, 고속터미널역,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 출근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빅이슈를 알렸다. 빅이슈 한국판 소식을 듣고 배포를 도와주던 일본인 기타자와 케이(망원2동, 27) 씨는 “일본의 빅이슈는 취지와 내용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 반응이 매우 좋아요”라며 “한국에서도 잡지 내용이 알차고 재미있으면 크게 성공할 것 같아요”라고 조언했다. 눈까지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잡지를 배포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최근 노숙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 함께 배포에 나선 선정수(서울대 간호학과 1) 씨는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려는 노숙인들을 보니 응원해주고 싶어요”라며 목소리에 힘을 가했다.


  배포하고 있던 봉사자에게 한 외국인이 다가와 “영국 맨체스터에서 보던 빅이슈를 한국에서 보니까 좋네요”라며 말을 건넨다. 영화 ‘원스’의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처음 말을 건네는 장면에서도 빅이슈를 매개로 내용이 진행될 만큼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빅이슈는 유명하다. 노숙인과 청년에게 동시에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소리에 우리나라 시민들도 좋은 반응이다. 빅이슈를 처음 본 이명화(상봉동, 25) 씨는 봉사자에게 빅이슈의 의미에 대해 듣고 난 후 “노숙인과 취업을 못해 고민인 대학생에게 큰 도움이 되는 좋은 취지의 잡지인 것 같아요”라며 앞으로 빅이슈 한국판을 꼭 보겠다는 약속을 했다.


  잡지 빅이슈는 순전히 재능 기부로 이루어져 연예인은 모델로, 작가는 글로, 미술가는 그림으로 빅이슈를 만든다. 거리의 천사들 팀장 진무두 사회복지사는 “2,30대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 내용과 주제의식이 공존하는 빅이슈만의 철학을 가진 특별한 잡지를 만들어 나갈 것이에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활동성 꼭 필요해요”라고 젊은이들의 재능기부를 부탁했다.


  한편, 한국에서 빅이슈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 전국으로 배포망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판매자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이 서울 이외의 첫 째 배포지역이 된다. 빅이슈 한국판 창간준비 모임 이연희 팀원은 “부산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빅이슈를 위해  삽화를 보내주시는 사회복지사 분이 있어요”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조금이라도 나누어주고 싶은 부산의 대학생들을 환영해요”라고 말했다. 빅이슈 한국판 창간준비 모임은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2bi)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빅이슈(The Big Issue)는 노숙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1991년 영국에서 창간된 주간지이다. 현재 전 세계 28개국에서 발행되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안젤리나 졸리, 마돈나 등 유명 인사들이 무료로 표지 모델을 해 더욱 눈길을 끈다. 빅이슈는 권당 판매가 3천 원으로 노숙인들은 한 권 판매할 때 마다 1천 6백 원을 벌 수 있다. 영국에서는 약 5천 여 명의 노숙인들이 이를 통해 자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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