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어김없이 돌아오는 입학과 졸업의 시즌이다. 근래 최악인 취업난 탓인지 이 시즌의 감정이 다소 착잡하다. 새 출발을 하는 신입생들의 푸르른 설레임만큼은 예년과 다르지 않길 기대한다.

  요즘 고등학교에서는 그렇지 않겠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대입에 목맨 한창 나이의 아이들에게 위로 겸 독려 겸 ‘노는 건 대학가서 놀아라’고 하셨던 선생님들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대학에서 기대하는 게 학문만은 아닌 경우가 자주 보인다. 물론 우리 경험을 돌이켜 보면 대학은 요즘 강조하는 지식이나 실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그 때의 배움이 나중의 인생에 꽤 큰 자양분이 되었으니 대학은 강의실의 안과 바깥에 다 있다는 말은 빈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으로 가고 또 대학에서의 성취도가 취업에 직결되니 사실 대학에서의 공부야말로 ‘진검 승부’다. 고등학교까지는 대학에서 할 것의 예비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또 대학에서는 훨씬 더 전문화된 지식을 배운다. 적성에 맞는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맞지 않는다면 하루빨리 자신의 특장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남들은 겪지 않는 고통을 하나 더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 신입생들에겐 따라다니는 고통이 또 있다. 서울에 가지 못한 박탈감이다. 요즘 같은 속도의 시대에 서울과 부산의 거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더 좋은 성적이 약속하는 상(賞)을 갖지 못한 열패감이 콤플렉스가 된 것이다. 서울 말만 나오면 괜히 주눅 들고 서울 간 친구에겐 알 수 없는 반감이 생긴다. 어울리지 않은 기대치는 이 반감의 부산물이다. 물론 대부분의 콤플렉스가 그렇듯이 적절한 자극의 원천이 된다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지면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로 남는다. 하향평준화다. 인원을 정해놓고 꼭 그만큼만 뽑는 입시와 달리 대학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쉽다. 또 취업시험이 전공과목과는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아 학점과 ‘공부’(취업; 주로 영어)가 따로 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학교 공부는 자주 뒷전으로 밀린다. 학교 공부가 원활치 않으니 학교에서의 일은 학과 것이든 학교 것이든 전부 시들하다.
취업 문이 하도 좁으니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각종 취업캠프나 모의 면접, 모의 토익 등에 엄청나게 사람이 몰릴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오히려 생각만큼 인원이 오지 않아 담당자들이 조바심을 낸다. 이유는 뻔하다. 방금 말한 햐향평준화가 콤플렉스 및 허황된 기대치와 결합해 아예 장(場)에 나서길 두려워하는 패배주의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대학을 늦게 졸업했다고 해도 정작 대학에서 배운 시간은 길지도 않고 본인에 큰 도움도 안된다. 오죽 하면 1학년 때의 점수(토익)와 4학년 때의 점수가 별 차이가 없다고 하겠는가. 이런 정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낮은 취업률 또한 (반대로)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 한국의 대학은 크게 달라졌다. 질적 변환이라 해도 큰 과언은 아니다. 이 변환이 가장 큰 적으로 삼는 게 바로 하향평준화다. 신입생들은 부디 첫 단추를 잘 꿰어 잘못된 평준화의 길에 접어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재학생들도 다시 한 번 주위를 경계해주기를 바란다. 하향평준화를 부추기는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는지를.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