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 후 각자 계열에 편중된 과목 선택해

  공대생 A씨와 사회대생 B씨는 고등학교 동기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단짝친구였던 A씨와 B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A씨는 자연계열을, B씨는 인문계열을 선택하면서 서로 떨어지게 됐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다시 만난 A씨와 B씨는 그들의 대화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다. B씨는 A씨에게 정치와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A씨는 심드렁한 표정이다. 반대로 A씨는 B씨에게 오늘 실험시간에 한 실험내용과 전문용어를 말하지만 B씨에겐 생소하게 느껴진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번 엇갈린 인문·자연계열 선택은 이후 수능시험 응시와 대학 학과 지원, 군 보직 결정, 취업 회사 선택 등 일생을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 같은 계열 선택은 전문 상담을 통해 본인의 적성에 따라 선택하기 보다는 부모님의 강요 혹은 얼마 남지 않은 대학진학에 맞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김선욱(숭실대 경영 1) 씨는 “1학년을 마칠 때 계열선택을 놓고 한 달이 넘게 고민했다”며 “담임선생님께 상담을 받았지만 그동안 친 모의고사 성적을 보고 성적이 더 잘 나오는 쪽으로 선택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김나영(행정 1) 씨도 “남동생이 한 명 있는데 부모님께서 남자가 인문계열로 가면 취업할 데가 없다고 해 동생이 자연계열을 선택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7차교육과정 이후 공식적으로 인문·자연계열의 구분은 없어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대학입시에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계열 구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 진학 후 각각 다른 계열의 강의를 기피하거나 강의를 들어도 수업 이해도 측면에서 차이가 나는 결과가 발생한다. 지난해 ‘지구와 자원’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한 손문(지질환경과학) 교수는 “인문계열 학생보다 이공계열 학생이 중상위권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며 “고등학교에서 지구과학을 더 많이 접한 이공계 학생들이 성적받기가 더 유리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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