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매겨지는 미의 가치

  길고 곧게 뻗은 팔과 다리, 잘록한 허리, 작은 얼굴 안에 가득한 미소.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미의 상징 ‘바비 인형’이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이제 50대 중년 여성이 됐지만 여전히 군살 하나 없는 탄탄한 몸매와 주름살 없는 피부를 유지하고 있다.  
 

  바비 인형과 같은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고 싶은 여성의 욕구는 ‘8등신’, ‘34-24-34’와 같은 수치화된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40kg대를 ‘꿈의 몸무게’로 꼽는다. 권민송(정치외교 3) 씨는 “여자라면 누구나 40kg대의 몸무게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호선(교육학 2) 씨는 “‘40’이라는 숫자는 ‘50’에 비해 훨씬 적게 느껴진다”며 “40kg 후반의 몸무게가 가장 이상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른 여자만 입을 수 있다는 ‘44사이즈’에 대한 환상이 여성들에게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44, 55, 66’ 등의 사이즈 표기는 사실상 1990년대에 사라졌다. 지금의 44사이즈는 이름만 ‘44사이즈’다. 의류 매장마다 같은 44사이즈라도 옷 크기가 서로 다르게 출시된다. 권미정(의류) 교수는 “작은 사이즈에 맞추고 싶은 심리를 이용해 44사이즈 열풍을 만들어낸다”라고 분석했다.
  이상적 사이즈를 향한 소망은 여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학생들은 자신이 입고 싶은 사이즈의 옷이 몸에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토로한다. 하은진(지리교육 4) 씨는 “크게 집착하진 않지만 바지 사이즈가 맞지 않아 짜증났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수치화·표준화 되고 있는 미의 기준을 정작 여학생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홍유정(행정 3) 씨는 “몸이 숫자로 매겨지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따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희정(교육학 2) 씨는 “여학생들이 수치에 예민하다”며 “이런 수치들은 ‘기준에 나를 맞춰야 된다’고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정해진 수치는 현실적으로 사람마다 다른 여성의 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양점홍(스포츠과학) 교수는 “이상적인 몸무게는 자신의 키와 몸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형화 된 신체 치수에 자신을 무분별하게 맞추려 한다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권미정 교수는 “획일화 되지 않고 자기 몸매의 장점을 살린 옷차림을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문겸(사회) 교수는 “구체적 수치로 제시되는 기준에 자신의 몸을 맞추는 것은 외부의 시선으로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 교수는 “내면적 성숙을 고려하지 않고 외면관리에 중점을 둔다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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