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다. 이제 모두 짜인 시간표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요구되는 출석과 과제들에 신경 써야 한다. 수강 신청 실패의 이유 반, 좀 여유 있게 듣자는 마음 반으로 소심하게 15학점을 신청했다.


그런데도 2주에 한 번 퀴즈가 있거나 매주 감상문과 과제가 있는 수업, 여러 가지 약속 및 활동들은 벌써부터 나를 옥죄어온다. 이런 바쁘고 분주한 상황에 반응하는 우리의 모습은 한 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우리의 바쁜 것을 한자로 표현하면 忙(바쁠 망). 보다시피, 心(마음 심)과 亡(망할 망)이 합쳐져 있다. 해석하면…마음이 망했다(?). 또 한편으론, 心과 亡이 다른 형태로 합쳐진 忘(잊을 망)도 있다. 그렇다면 바쁜 것과 잊는 것은 비슷하다(?). 해석은 못미덥지만, 두 한자 모두 바쁜 일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바쁜 생활은 우리의 마음을 잊도록 한다. 우리의 진실한 감정과 생각들을 죽이고,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들로 우리를 채운다. 그것도 환경에 의해 주어진 것일 때가 많다. 그래서 달리다가 문득 멈추어 섰을 때, 여기가 어딘지,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회의하게 될 때가 많다. 그 회의의 순간에는 충분히 멈춰 고민하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하다.

  혹자는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은 따로 시간을 떼어놓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그 과정에서 회의를 한다면 목표는 더 멀리 가버리는 것이라고. 그러나 애초에 고민의 시간을 회피하고 그저 달려가기만 한다면, 결국 자신의 진솔한 감정과 솔직하게 대면하지 않고 그 마음과 생각을 부인하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그때부터 자신의 삶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지 않을까.

  우리는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아껴가며 잘 활용해야 한다. 충분히 되돌아보면서 반성하고 점검하고, 충분히 멈춰 앞서 펼쳐진 길을 고민하고 재고해봐야 한다.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어느 부족이 며칠을 이동하다가 갑자기 멈춰서는 며칠을 묵고 다시 이동하는 것을 관찰한 후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족장이 대답한 말 “우리는 우리의 영혼이 우리의 몸을 따라오는 것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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