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망가지는 것 보기 힘들어"
-"국제사회 군사적 지원도 필요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한 달(현지시각 기준, 25).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본지는 보다 현장감 있는 목소리를 담고자 우크라이나에서 부산으로 온 학생을 만났다.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인나 말렌카(Inna Malenka·29) 씨는 지난 2016년 석사 학위 과정을 위해 처음 한국에 왔고, 2019년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재입국했다. 지난해 공부를 마친 후 고국에 6개월 정도 머문 뒤 지금까지 쭉 한국에 있다. 그는 몇 달 사이 바뀌어버린 고국의 상황에 안타까워했다. 인나 씨는 지난 3월 23일 진행된 본지와의 ZOOM 화상회의 인터뷰를 통해 현지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상황을 토대로 생생한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전했다.

지난 23일에 인나 씨와 진행한 화상회의 인터뷰 화면 캡쳐.
지난 23일에 인나 씨와 진행한 화상회의 인터뷰 화면 캡쳐.
전쟁으로 인해 황량해진 우크라이나의 하르키브. (출처 : Unian 오픈 아카이브)
전쟁으로 인해 황량해진 우크라이나의 하르키브. (출처 : Unian 오픈 아카이브)

처음 한국에 입국했을 때와 지금,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

-최근 러시아 침공이 언론에 많이 보도 됐기에 한국 사람들도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사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2014(크림반도 합병) 시작됐다. 그때는 일부 지역에서만 전쟁이 벌어져 그 외의 지역은 전쟁 분위기라는 게 거의 없이 평화로웠고 보통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크라이나 전체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나빠졌다.

고국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남아 있을 텐데 현지 상황은 어떠한가.

-우크라이나 대부분이 폭격을 당하고, 러시아군은 민간인들에게도 총구를 겨눈다.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 민간인들은 총을 맞을까봐 무서워서 자기 아파트를 떠날 수 없어서 몇 주 동안이나 숨어서 지낸다. 어쨌든 나가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살던) 도시를 빠져나가야 할 만큼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내 가족들 전부가 우크라이나에 남아있지만, 부모님은 안전하다. 하지만 내 여동생 가족은 키이우를 떠나야만 했다. 하르키우(Kharkiv)에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의 상황은 정말 나빴다. 도시의 대부분이 불탔고, 아파트에 숨어서 몇 주 보냈다. 친구는 탈출하려고 자동차로 가는데, 군인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고 차가 폭발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다행히 그 친구는 유럽으로 탈출했지만.

-러시아 뉴스를 보면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있는 건물을 폭파했다고 전한다. 사실 거기에는 민간인들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학교, 유치원, 아이들이 머무를 수 있는 건물들도 폭격 당했다. ‘아이들이 있어요(Children are here)’이라는 종이가 붙은 자동차도 총을 쏜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들은 민간인인지 구별하지 않고 조준한다.

지난 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아파트가 폭격으로 인해 내부가 드러났다. [출처 : Unian 오픈 아카이브]
지난 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아파트가 폭격으로 인해 내부가 드러났다. [출처 : Unian 오픈 아카이브]

부산에 있는 유학생이나 우크라이나에서 온 사람들끼리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지금도 진행 중인가?

-나는 나가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메신저를 통해 평화 시위를 하려고 준비하고 학생뿐만 아니라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외국인들도) 모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기성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와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아파트가 폭격으로 인해 불에 타고 있다. [출처 : Unian 오픈 아카이브]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아파트가 폭격으로 인해 불에 타고 있다. [출처 : Unian 오픈 아카이브]

조심스럽겠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본인의 개인적인 의견이 있다면?

-우선 매우 끔찍하다. 내 나라가 망가지고 있는 걸 보면 정말 힘들다. 이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내 나라, 우리 영토를 빼앗기지 않기를 원한다. 우크라이나에 남아 싸우는 시민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또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독립되기를 바란다. 영토를 되찾고, 지키기를 바란다. 모두가 우크라이나가 이길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기더라도 이 전쟁이 빨리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국제 사회에서 무기, 음식 등 다양한 원조와 도움을 보내주고 있지만 무기나 군사적 지원은 거의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우크라이나 영공에서도 도움이 필요한데 비행기나 그런 지원은 없다. 내가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주변 국가들이) 전쟁 자체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고려는 하지만, 실제로 하지는 않는 거다. 그런 (군사적 지원) 도움이 더 있다면 좋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채널PNU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두가 우크라이나를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것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평화 시위를 하거나, 모금을 한다거나,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에 대해 감개무량하다. 그 마음이 와 닿는 것 같다.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시민들이 폭격 맞은 집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 Unian 오픈 아카이브]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시민들이 폭격 맞은 집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 Unian 오픈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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