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문자 수신 설문조사
-차단한 응답자 28% 달해
-10명 중 7명 “기능 개선 필요”
-전문가들 “사회·경제적 손실 커
-재난문자 재수신 유도해야”

A(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3) 씨는 친구를 통해 최근 지진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단 사실을 알게 됐다.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재난 상황이었음에도 재난문자가 오지 않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A 씨는 “지진이 났는데도 재난문자가 오지 않아 의아했는데, 과거 너무 잦은 코로나 관련 알림에 재난문자를 차단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재난문자를 차단하는 사람들. (c)조영민 기자
재난문자를 차단하는 사람들. (c)조영민 기자
'재난문자 차단' 검색량 그래프. [출처: 네이버 데이터랩]
'재난문자 차단' 검색량 그래프. [출처: 네이버 데이터랩 갈무리]

실제로 구글 트렌드와 네이버 데이터랩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재난문자 차단’ 검색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행정안전부의 ‘재난문자방송 발령현황’ 기준 코로나 이전 대비 코로나 이후 3년간 연평균 재난문자 발송량이 131배나 폭증한 결과다. 특히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분석 결과 휴대전화 사용량이 많은 청년 연령대에서 유독 재난문자에 대한 거부감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6일부터 17일까지 <채널PNU>가 실시한 ‘재난문자 수신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참여자 150명 가운데 28.7%(43명)이 ‘현재 재난문자를 수신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재난문자 차단 시기가 기억난다고 응답한 62명 중 과반수인 35명은 코로나 직후인 2020년과 2021년에 문자를 차단한 것으로 밝혔다.

■재난 문자 차단 이유..."시끄러워서"

자체 설문에서 ‘재난문자 기능을 끈 이유’에 대한 응답 77개(복수 응답 가능) 중 85.7%(66개)가 ‘재난문자의 알림이 시끄러워서’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이미 알려준 내용이 반복돼서’ 33.8%(26개) △‘나와 상관 없는 정보가 많아서’ 31.2%(24개) △‘재난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안을 알려주지 않아서’ 19.5%(15개) 순으로 응답 비율이 집계됐다.

대체적으로 재난문자의 알림 소리가 과하다는 반응이다. 현재 재난문자는 재난의 경중에 따라 △위급재난문자 △긴급재난문자 △안전안내문자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위급재난문자와 긴급재난문자의 경우 각각 60dB와 40dB로 고정된 착신음의 크기를 조절할 수 없다. 특히 긴급재난문자는 △지진 △태풍 △폭염 △감염병 등과 관련한 범주를 포괄하고 있어 매번 울리는 알림 소리로 인한 불편이 크다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B 씨는 “재난문자의 알림 소리가 과하게 크다"며 적당한 경보음은 반드시 유지하되, 일상생활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알림음 및 진동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쉬운 차단 방법이 사람들의 재난문자 차단을 유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난문자 메시지에 들어가서 설정을 누른 후 경보 허용 버튼만 끄면 곧바로 안전안내문자와 긴급재난문자 기능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재학생 C 씨는 “수신 차단 방법을 쉽게 만들 게 아니라, 수신 시 세부 조건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난문자 기능 개선 원해요"

재난문자  기능 개선 필요 여부 그래프. (c)조영민 기자
재난문자 기능 개선 필요 여부 그래프. (c)조영민 기자

재난문자와 관련한 기능의 세부적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자체 설문 전체 참여자 150명 가운데 77.3%(116명)이 재난문자 기능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가운데 개선이 필요한 기능(복수 응답 가능)으로는 △‘수신하고자 하는 재난의 종류를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 75개 △‘소식 받을 지역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 59개 △‘문자 수신 시간대를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 23개 등 임의로 세부 조건을 조절하는 기능을 원하는 응답이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D씨는 “재난문자가 반복되고 연관성이 적은 사소한 정보까지 알려주니 오히려 재난문자에 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개개인이 세부 조건을 설정하는 기능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표경수 재난통신연구팀장은 “우리가 수신하는 긴급재난문자는 이통사 기지국을 활용한 1대 다수의 방송 개념이기 때문에 개인별 설정이 사실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재난문자 거부?

전문가들은 재난문자 거부자 수가 많아지면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유발한다고 경고한다. 한국재정학회에서 연구한 ‘긴급재난문자의 경제성분석’(2022)에 따르면 재난문자 1회 송출 당 피해복구비가 약 1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 계산한 결과 약 2,700억 원의 재해 피해복구비가 감소하는 등 긴급재난문자가 상당한 경제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한다.

표 팀장은 “재난문자는 일부 국민들에게 표면적으로 불편감 및 피로감 등을 유발한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그 내부에는 국민 안전과 아울러 사회⋅경제적으로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재난문자의 수신을 대부분이 거부한다면 재난문자 송출에 대한 필요성이 없어지게 되고, 극단적으로 재난문자 정책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재난문자를 거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재난문자 송출기준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나섰다. 해당 방안에서는 △지진 △극한 호우 △대설 △실종경보 등 크게 네 가지 영역에서의 개선을 명시한다. 네 가지 영역에서는 각각 △대상 지역 단위 개선 및 지자체 지진정보 발송 명확화 △기상청이 위험지역 주민에게 재난문자 직접 발송 △도로 통제 시에만 발송과 단순 안내 발송 자제 △안전안내문자와 별도로 ‘앰버 채널’을 통해 제공 등의 방식으로 개선된다.

전문가들은 재난문자 수신을 거부한 사람들의 재수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표 팀장은 “우선 재난문자 수신을 거부한 사유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연구를 통해 이에 상응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재난문자 송출 형태와 기준을 재정비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조사·연구하여 사용자들이 필요성을 느끼는 정책적·기술적 방안을 심도 있게 연구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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