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생 대상 작성 실태 조사 결과
-대부분 계약서 작성 의무화 알지만
-사용자가 요구하지 않아 미작성
-해고 통보 등 부당행위 당하기도

우리 대학 사범대학 소속 22학번 A씨는 아르바이트 면접 당시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서를 써주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A씨가 사용자에게 4대 보험 이야기를 꺼냈지만 ‘다치지 말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평소 근로계약서의 필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A씨였지만 막상 현실에서 당하니 지식을 적용하기 쉽지 않았다. A씨는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치면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애초에 그런 곳에서 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 일이 되니 돈이 필요하고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참고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재학생 B(사회학, 23)씨는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했지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 B씨는 “당시 사장님이 근로계약서를 쓰자는 말이 없기도 했고 작성하자고 먼저 말 꺼내기가 어려워 근로계약서 없이 일했다”며 “전화로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해 어쩔 수 없이 다른 근무지로 옮겼다”고 말했다.

채널PNU는 근로기준법 제정 70주년을 맞아 근로계약서 작성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9월 17일부터 9월 20일까지 총 4일간 우리 대학 학생 100명이 참여했다. (c) 윤서영 기자
채널PNU는 근로기준법 제정 70주년을 맞아 근로계약서 작성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9월 17일부터 9월 20일까지 총 4일간 우리 대학 학생 100명이 참여했다. (c)윤서영 기자

<채널PNU>가 근로기준법 제정 70주년을 맞아 우리 대학 학생들의 근로계약서 작성 실태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A와 B씨처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 본 대학생이 2명 중 한 명꼴로 집계됐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당한 부당행위도 적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학생 절반 “근로계약서 작성하지 않은 경험 있다”

지난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100명 참여)를 보면, 설문조사 응답자의 56%(56명)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대부분은 근로계약서가 법적으로 필수사항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8%가 ‘그렇다’고 답했나, 그중 44%만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답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로 응답자의 89.3%(50명)가 ‘사용자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자고 말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작성하기가 귀찮아서(12.5%, 7명) △고용주가 작성하지 말자고 요구해서(10.7%, 6명)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5.4%, 3명)가 뒤를 이었다.

근로계약서는 임금, 노동 시간 등 노동 조건을 명확히 하여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문서다.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 114조에 의거하여 작성하지 않는 업체에 최대 5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부산노동권익센터 박진현 연구원은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휴가, 임금 등의 사항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면 사용자가 마음대로 근로자에게 일을 시킬 수 있다”며 “특히 임금 지급 등 노동자와 사용자 간에 분쟁이 생길 경우 서면으로 작성된 근로계약서가 없다면 노동자가 자기주장을 입증하기 어려워 억울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부당행위를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14%(14명)에 달했다. 부당행위를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당한 부당행위(복수응답 가능)는 △주휴/초과수당 미지급(42.8%, 8명)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초과근무 요구(31.6%, 6명)와 휴게시간 부재(31.6%, 6명), 최저임금 미준수(21.1%, 4명)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수는 379만 5,000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18.5%에 이르는데도 이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서 부당해고를 당해도 어떤 구제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이들은 권리의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라며 “'청년'들의 아르바이트가 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 이뤄진다고 봤을 때 사용자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온순한 '어린 노동자'에게 '인권침해'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만약 부당행위를 당한 경우 지방고용노동관서, 법률구조공단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박 연구원은 “사용자가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형사상 범죄에 해당한다”며 “노동자는 이러한 경우 사업장을 관할하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밀린 임금 등을 지급해 해달라는 진정이나 사용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는 고소를 할 수 있고 △민사소송을 하거나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법률구조를 받아 민사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정보 △근로계약 기간 △근로시간 △임금 △휴가 및 휴일 △근로조건 △근로계약 종료 조건 등이 기재되어야 한다. [출처: 부산노동권익센터 갈무리]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정보 △근로계약 기간 △근로시간 △임금 △휴가 및 휴일 △근로조건 △근로계약 종료 조건 등이 기재되어야 한다. [출처: 부산노동권익센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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