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 범위 조정으로 학생 투표 가치 추락
-올해 학생 투표권 비율 7%로 공표 했으나
-실제 반영된 결과는 '0.64%'
-2015년 1.3%, 2020 3.2%보다 낮아

우리 대학 제22대 총장 선거에서 학생이 전체의 최대 7%를 가져갈 수 있다는 공표와 달리 실제 반영률은 한자리 숫자에도 못 미치는 ‘0.64%’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선거인단의 범위를 매만진 여파다. 이는 故고현철 교수가 총장 직선제 사수를 외쳤던 2015년 총장 선거 당시의 학생 투표권 비율(1.3%)보다 낮고, 낮은 반영비율로 학생들이 보이콧을 외쳤던 2020년(3.2%)보다 낮다. 시대를 역행한 ‘학생 투표가치 추락’ 사태를 두고 학생과 교수를 대표하는 양 기관의 안일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6일 열린 제22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 결과, 단위별 참가 인원에 환산식을 적용하면 최종 투표권 비율이 나온다. 학생 투표권 비율은 0.64%다. (c)윤다교 부대신문 국장
지난 2월 6일 열린 제22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 결과, 단위별 참가 인원에 환산식을 적용하면 최종 투표권 비율이 나온다. 학생 투표권 비율은 0.64%다. (c)윤다교 부대신문 국장

1일 <채널PNU>의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대학은 대학 총장을 교수(전임 교원)와 직원·조교, 학생이 직접 뽑는 총장 직선제가 시행되고 있다. 2015년 간선제로 바뀔 뻔 했으나 故고현철 교수가 직선제 사수와 대학 자율화 등을 외치며 투신하자 교육부의 압력에 맞서 직선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 유권자 대비 학생 투표권 비율은 3%대에 머물러 ‘무늬만 직선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지난해 제55대 총학생회(총학) ‘Shall:we’는 총장 선거의 학생 투표권 비율을 높일 것을 공약으로 내걸고 침묵 시위와 선거 보이콧 선언 등을 통해 교수(1,257명)의 10% 즉, 전체 유권자의 7%대로 학생 투표 반영률을 높이기로 교수회와 합의했다(<채널PNU> 2023년 9월 26일 보도). 이를 통해 교수 1인이 1표를 행사할 때 학생 1인은 2020년 0.03표에서 올해 최대 0.1표를 행사하게 돼 학생 투표 가치가 커질 것이란 기대가 컸다. ‘총장 선거 비율 변경 조인식’에 참석한 당시 총학생회장 김요섭(국어교육 20, 졸업) 씨는 “학생들의 투표 비율이 늘어난 만큼 학생들이 우리 대학을 직접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선거를 불과 13일 앞두고 총장후보자임용추천위원회(총추위)가 학생 선거인단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학생사회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교수회와 조교회 대표, 학생 대표로 구성된 총추위는 지난 1월 22일 학생 선거인단의 범위를 ‘사전 정보 공개에 동의한 재학생’이 아닌 ‘전체 재학생’으로 확대하기로 총학에 통보했다. 총학은 두 차례 선거인단을 모집해 5,905명의 학생 선거인단을 꾸렸으나, 최종 선거인단은 전체 재학생인 23,439명이 됐다.

기존 셈법대로 선거인의 범위를 명부에 사전 등록한 5,905명으로 본다면 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투표했을 때 반영되는 학생 투표권 비율은 교수 대비 10%, 전체 유권자 대비 7%가 된다. 총학이 교수회와 사전 합의한 것과 같다. 그러나 선거인단 범위를 23,439명으로 확대하면 사전에 등록한 학생들이 모두 투표해도 전체 결과에서 차지하는 학생 투표권 비율은 2.5%로 떨어진다. 이는 2020년 총학이 투표 참여를 거부한 명분이었던 학생 투표권 반영 비율 3.9%, 즉 전체 대비 3.2%보다 퇴행한 수치다. 과거 학생 선거인단은 2015년 약 18명, 2020년 100명 이내로 규정돼 선거인단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을 변수도 적었다.

올해 선거에서 발생한 학생 투표가치 추락 문제는 지난 1월 총추위가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을 개정하면서 학생 선거인에 대한 개념을 모호하게 설정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학생 선거인단은 100명 내외로 규정돼 있었는데, 올해 인원 제한 규정을 지우면서 학생 선거인단의 범위를 공식적으로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은 것이다.

교수회는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법적 검토가 끝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사실상 총장임용후보자 선거규정 개정에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인정했다. 김정구(정보컴퓨터학) 교수회장은 지난 1월 29일 <채널PNU>와의 통화에서 “관련 논의 당시 이 부분(선거인 범위)을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구성단위별 선거인의 규정에 대해) 특별히 명시를 하지 않았다”며 “내부 지적으로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확정된 선거인 명부의 학생만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공직 선거법 등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학생 투표 가치 급락 위기에 당시 총추위와 총학은 현장 투표 독려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에 명부에 등록해 개인 기기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5,905명 외에 최대한 많은 학생을 현장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동원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현장 투표 여건은 동원된 학생 유권자를 수용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현장 투표소는 부산캠 경암체육관이라 학생들의 접근성이 낮았고, 투표 자체가 방학 중에 치러져 근처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의 선거권 행사가 어려웠다. 시간적으로도 2만 명에 달하는 학생이 현장 투표에 참여한다 해도 1시간 내에 투표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선 투표제 방식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1차 투표에 참여해야만 결선 투표까지 참여할 수 있었으나, 1차 투표가 당일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의 1시간으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인 제약 속에 학생 투표 가치는 반영 비율 확대 이전만큼의 본전도 찾지 못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1/4이 된 영향력 속에서 1차 투표에 참여한 학생들은 23,439명 중 1,585명이었다. 결국 환산식에 따라 전체 투표자 대비 학생 투표권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는 0.64%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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