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의대 윤식 교수 인터뷰
-강경할 수밖에 없는 의료계 입장 전해
-"정원 규모부터 배분까지 합리적이어야"
-"전공의 의존도 낮추려면 교수 증원 필수"

정부가 전국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을 못 박은 가운데 의료계의 파업 의사 표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며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 대학 의과대학 교수들도 현재 증원 결정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취합 중이다(<채널PNU> 2024년 3월 29일 보도). <채널PNU>는 지난 3월 26일 우리 대학 의과대학 윤식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현안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을 들었다.

지난 3월 26일 연구실에서 만난 우리 대학 의과대학 윤식 교수. [윤지원 기자]
지난 3월 26일 연구실에서 만난 우리 대학 의과대학 윤식 교수. [윤지원 기자]

△의료인으로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입니까.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증원이 우리나라 의료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의료 여건은 여러 시스템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집니다. △의료의 질 △환자 접근성 △진료 만족도 △처치 능력 등을 종합한 것을 의료 수준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의사의 수도 포함됩니다. 우리나라는 의료 수준이 높은 축에 속하는데, 이는 현재 의료인력의 수와 의료 인프라의 균형이 맞다는 말도 되죠.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이 계획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늘어난다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지역 의료나 필수 의료 체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 않나요.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해도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해 실질적인 지역 의료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 인재가 서울로 유출되고 있고, 지역 대학에서 증원을 해도 수도권으로 가서 의료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실질적인 지역 의료 확충은 미지수인거죠. 지역 의료기관 인프라 부족도 문제입니다. 의료인력이 배출돼도 이들을 수용할 만한 의료 기관이 부족해요. 지역에 사람이 없어서 (인프라를 충당할) 환자가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결국 지역의료 개선 방법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없애고, 지역 거점 도시를 발전시켜 인구를 모이게 해야 합니다.

필수 의료에서도 실효성 문제가 있습니다. 필수 의료는 전국 의료계에서 비인기과라고 불리며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의료 활동의 대가로 보험료를 지불받는데 필수 의료는 수가가 낮아 고생하는 것에 비해 보상이 적은데다가, 의료사고가 났을 때 의사가 법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또 필수 의료는 자신의 의지로 가고자 결정하는 분야기에 정부에서 강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정원을 늘려도 필수과로 인원을 보낼 수 있는 실질적 동기 유인이 어려운 거죠.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교육 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현재 의학 교육은 전문화돼 있어 증원에 따른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의과대학 특성상 수업마다 실습이 있기 때문에 실습을 위한 시설, 도구, 교수 인력이 준비돼야 합니다.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원활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은 (확대된 정원을 위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죠. 심지어는 강의실과 실습실을 늘릴 공간도 없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교육 인력도 당장 TO를 늘린다고 해도 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합니다. 의대 교육 인력은 기초 교수와 임상 교수로 나뉘는데, 기초 교수는 10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임상 교수도 준비 과정을 마쳐야 해요. 실습을 담당할 조교도 4~5년의 교육 기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학생들의 실습에 필요한 시신의 경우도 기증자가 많지 않습니다. 시신은 본인 의사에 의한 것이라 오로지 기증자의 숭고한 마음에 의해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시신을 구하기 어렵죠. 지금의 시신 기증 수는 현재 학생 수에 맞춘 상황인데, 너무 많은 인원이 시신 한 구를 둘러싸면 몸 전체를 실습해 볼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의학 교육이 부실해지고, 부실한 의사가 양성되면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됩니다.

△우리 대학 병원에서도 전공의 이탈 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의료 공백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실제로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임상교수 등 교수진이 채우고 있습니다. 다만 인원이 줄었기에 수술도 줄어들고, 환자도 적게 받으며 전체적으로 축소 운영되고 있어요. 문제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의료 인력을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형태라는 것입니다. 전공의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노동력을 이용해 병원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어요. 결론적으로 증원이 필요한 건 교수 인력으로, 전공의에게 의존하는 비율을 낮춰야 합니다. 증원으로 늘어나는 것도 전공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병원 내 교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의료 공백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의료계에서 반대 의사를 강경히 했음에도 증원은 결정된 상황입니다. 앞으로의 방향성이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정부가 증원 결정을 취소하고 정원 규모부터 배분까지 합리적으로 다시 이뤄져야 합니다. (이번 정원 확대로) 우리 대학은 75명이 늘어나는 데 비해 충북대는 151명(기존 4배)이 늘어납니다. 충북의 인구보다 부산의 인구가 많은데 충북대에 많은 인원이 배정될 필요가 없죠. △지역 인구 부족 문제 △교육 여건 △의사 수 배분을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정원 규모를 정하고, 배분도 지역 상황이나 여건을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해요. 이에 의료계 대표와 정부 대표가 협의해 (정원 확대를) 발표한다면 논란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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