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력 전무한 코미디언 출신의 대통령
-러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민 염원 담겨
-세계를 움직이는 명연설에 지지율도 상승

지난 226,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중심가에서 스마트폰으로 국민에게 메세지를 전달했다. 그는 영상에서 우리가 항복했고 대피했다는 루머가 퍼지고 있지만 나는 여기 있다. 우리는 무기를 놓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영토, 우리의 고향이며 우리 아이들의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의 무기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러시아의 최우선 제거 대상이라고 경고했지만,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침공에도 미국의 해외 대피 지원을 거절하고 키이우에 남았다. 이후 지난 316일 열린 미국 의회에서 젤렌스키는 화상으로 연설하며 포기는 1초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항공기와 미사일 지원을 호소했다. 연설이 끝난 후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8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 지원안을 승인하며 화답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실시간 화상 연설을 했다.(출처 : Reuters/Reuters.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실시간 화상 연설을 했다.(출처 : Reuters/Reuters.com)

상식적인 삶을 바랐던 국민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6대 대통령으로, 코미디언 출신이다. 코미디언 출신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는 사이버 네트워크 및 컴퓨터 하드웨어학과 교수, 공학자 출신의 어머니 아래에 키예프 국립 경제 대학교에서 법학과를 전공한 인재이다. 돈바스 전쟁때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지지하였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방영한 '국민의 종이라는 드라마의 대통령 역할을 맡고 드라마가 흥행하며 정치 경력이 없었음에도 대통령에 당선됐다.

홍석우(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학) 교수는 그가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염원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홍 교수는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통치를 받았던 나라이다.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구체제의 부정부패,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질 못했고 친러시아파 정치인과 올리가르히(독점 재벌)들에 의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구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2004년 오렌지혁명과 2013-14년 유로마이단 혁명을 일으켜 정권교체를 주도했다. 그럼에도 부패한 정치세력은 국민들의 뜻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홍 교수는 "2019년 대통령 선거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부패한 정치인들 보다는 오히려 정치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이 대통령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해 정치인이 아니었던 젤렌스키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그의 대통령 당선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상식적인 삶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젤렌스키는 SNS를 통해서도 활발히 국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공식 트위터 캡쳐)
젤렌스키는 SNS를 통해서도 활발히 국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공식 트위터 캡쳐)

전쟁에서 빛난 젤렌스키의 리더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22일째(현지시각 기준, 17)인 지금도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에 남아 정부를 이끌어가고 있다. '키예프 인디펜던트'7(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비정부 여론조사 기관 레이팅스(Ratings)’가 지난 26~27일 루간스크·도네츠크 지역과 크림반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8세 이상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1%가 젤렌스키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가장 상식적인 일이 어떤 경우에는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사람들은 도망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장 위험한 시기 우크라이나인들이 원했던 가장 상식적이면서 용감한 일을 해냈다"나라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고자 한 행위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가장 위대한 일이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행동은 자국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의 지도자, 세계의 시민들을 감동시켰고 우크라이나인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사게 되었다"고 말했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대통령이란 이유로 임기 초반부터 무능함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쟁은 역설적이게도 그의 리더십을 평가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홍 교수는 대체로 러시아를 옹호하고 러시아적, 소비에트적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젤렌스키의 무능함을 지적한다. 특히 젤렌스키가 무능해 전쟁을 미리 막지 못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동부전쟁으로 인해 민심이 분열되고 경제가 피폐되고 민주주의를 위협 받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무능함을 논하기에 앞서 러시아의 방해와 분열 정책의 폐해를 먼저 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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