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줄 부산대역 개찰구까지 이어져
-배차간격 무의미·야간버스 중단까지
-운영사 재정악화로 인한 기사 감소
-멀쩡한 버스 2대 운영 못해 방치

"다음 차 타세요! 문 닫아야 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생들은 돌아왔지만, 버스는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대학 순환버스인 금정 7(이하 순환버스)은 매일 아침 수십 년 전에나 있었을 법한 ‘콩나물시루’ 버스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2학년도 2학기 사실상 전면 대면 수업이 개시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줄어든 순환버스의 동시 운행 대수가 1대 밖에 늘지 않은 까닭이다.

지난 15일 아침, 부산대역 앞에서 순환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 [전형서 기자]
지난 15일 아침, 부산대역 앞에서 순환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 [전형서 기자]
순환버스를 기다리는 줄은 부산대역 출구를 넘어 1층 개찰구 안쪽까지 이어진다. [전형서 기자]
순환버스를 기다리는 줄은 부산대역 출구를 넘어 1층 개찰구 안쪽까지 이어진다. [전형서 기자]

지난 9월 14일과 15일 취재진이 도착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앞은 순환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줄로 빼곡했다. 버스 대기줄이 역 내부의 개찰구 안쪽까지 늘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버스를 타는 모습은 1980년대 버스의 그것과 비슷했다. 당시의 안내양처럼 순환버스 운영사 관계자가 학생들을 밀어주고, 학생들은 한 명이라도 더 타려고 승·하차 계단에까지 발을 딛고 위태롭게 올라타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A(지질환경과학, 19) 씨는 “하차 계단에 타면 정류장마다 내리는 학생들에게 비켜주려고 다시 내렸다 타야한다”며 “얼마 전 태풍이 오기 전 즈음 정류장마다 내렸다 타기를 반복하니 비를 홀딱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습을 풍자하듯 우리 대학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순환버스를 옥상과 난간까지 승객이 빽빽이 들어찬 인도의 기차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인 ‘검정고무신’에서 안내양이 승객을 시내버스에 밀어 넣는 장면에 비유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A 씨는 “부산은행 사거리나 정문에서는 승차거부당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한 학생(왼쪽)은 발끝만 걸친 채로 난간에 매달려 가고 있고, 다른 학생은 하차계단에 선 채로 가다가 내리는 사람을 위해 비켜주려 내렸다가 다시 타고 있다. [전형서 기자]  
한 학생(왼쪽)은 발끝만 걸친 채로 난간에 매달려 가고 있고, 다른 학생은 하차계단에 선 채로 가다가 내리는 사람을 위해 비켜주려 내렸다가 다시 타고 있다. [전형서 기자]  
한 학생이 승차계단에 선 채로 가고 있다. [전형서 기자]
한 학생이 승차계단에 선 채로 가고 있다. [전형서 기자]

■불편은 학생 몫
순환버스가 ‘콩나물시루’가 된 이유는 줄어든 동시 운영 대수다. 순환버스 운영사인 대영버스는 총 8대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는 혼잡한 시간대에 8대 모두가 동시에 운행했지만, 현재는 가장 혼잡한 시간대에도 6대만이 운행 중이며 2대는 경암체육관 앞에 사실상 방치됐다. 팬데믹 시기인 지난 2020년과 2021년 5대로 줄어든 것에서 한 대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야간버스도 완전히 사라졌다. 팬데믹 이전 야간버스는 저녁 8시 이후에는 40분 간격으로 운행되었지만 운행 중지된 후 아직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예술대 재학생 상당수가 작품 활동·악기 연습으로 인해 밤늦게 귀가하는 일이 많아 야간버스가 필수적이다. 운전면허가 있는 학생들은 야간 할증 요금을 내고서라도 개인형 이동장치(이하 PM)를 타고 움직이지만, 이마저도 없는 학생들은 늦은 밤 정문·부산대역 까지 2~30여 분을 캠퍼스를 걸어가야 한다. 

C(미술학, 19) 씨는 “야작(夜作), 졸작(졸업작품) 때문에 9시가 넘어 귀가하는 날이 아닌 날보다 많다”며 “매번 30분을 걸어 지하철을 타러 가야 하니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야간에 대학생활원으로 복귀해야 하는 학생들도 같은 신세다. 웅비관에 거주하는 D(기계공학, 21)씨는 "학과 행사가 있는 날 밤에 대학가에서 웅비관까지 걸어 올라가면 땀이 흥건하다”고 말했다.

배차간격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부산시 버스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아침 시간대에는 가용 가능한 6대의 버스를 모두 운행해 4분 정도의 배차간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후 시간대에는 동시 운행 대수가 3대까지 줄어든다. 이때 두 대가 지나치게 가까워지기라도 하면 나머지 한 대와의 배차간격이 15분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B(경영학, 18) 씨는 “학생지원시스템 페이지에는 저녁 배차간격은 7분이라고 나와 있는데, 두 배가 넘지 않냐. 코로나 이전 대비 너무 늘어졌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순환버스의 최근 4년간 운행 현황. [대영버스 제공]
순환버스의 최근 4년간 운행 현황. [대영버스 제공]
대영버스가 재정난·인력난으로 운용하지 않는 2대의 버스. [전형서 기자]
대영버스가 재정난·인력난으로 운용하지 않는 2대의 버스. [전형서 기자]

■팬데믹 직격탄 맞은 버스
순환버스 운영이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것은 운영사의 재정악화 때문이다. 순환버스 노선인 금정 7은 민영제를 시행중인 '마을버스'로, 준공영제를 통해 부산시에서 적자를 지원해주는 '시내버스'와는 다르다. 모든 이익도 운영사의 몫이지만 적자도 마찬가지다. 대영버스에 따르면, 순환버스 노선 단 하나만을 보유하고 있는 군소 업체인 대영버스는 지난 2년여 동안 줄어든 승객 수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과거 13명이던 운행 기사를 8명으로 줄였고, 올해 한 명을 더 줄었다. 이로 인해 8대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운행할 기사의 수가 부족해 운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영버스 신윤열 부사장은 “팬데믹 이후 사실상 빚으로 월급을 주며 부채가 8,000만 원까지 늘어 직원들을 내보냈다”며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증편 및 야간 운행 재개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대영버스는 원래부터 ‘무료 환승’ 탑승객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재정적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고 말한다. 신 부사장은 “지하철 환승을 통해 요금을 내지 않는 승객이 40%에 육박해 노선 자체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환승을 통한 무료승차로 인한 손해는 부산시가 일부 지원하지만 기본요금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마을버스 운영 담당 예상수 주무관은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순 없지만, 환승 무료로 인한 손해 금액 중 4~50%는 시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특정 노선에 환승 승객이 대부분이라는 문제는 이해하고 있지만, (준공영제인) 시내버스 노선이 아니기에 추가적인 지원이나 시내버스 노선으로의 전환도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나섰다. 총무과 정윤용 주무관은 “학생들의 불편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대영버스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지원책을 강구해 최대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혼잡한 시간대만이라도 기사의 임시채용을 유도하거나 대학본부 차원의 예산 지원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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