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기후 유권자 세계 곳곳 출현
-미국·유럽연합 등 선거 많아
-대응 정책으로 이어질지 관심

2023년은 기상 관측 이래 지구가 가장 뜨거운 해였다. 엘니뇨 현상과 함께 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이상 기후가 여러 국가에서 발생했다(<채널PNU> 2023년 9월 1일 보도). 기후 위기 현상은 분야를 막론하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이상기온 현상을 비롯한 기후 위기 상황 속에서 선거 유권자들이 느끼는 위기감 등이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거 후보자들의 기후 정책에 따라 ‘기후 유권자’의 표심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기후 유권자의 출현

[출처: Adobe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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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유권자는 기후 의제에 대해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 의제를 중심으로 투표를 고려하는 유권자를 일컫는다. 전통적으로 선거에서 불평등, 빈곤, 일자리 등의 주제가 정치적 입장 차이를 가르는 기준이었다면, 기후 위기 및 각종 재난이 심각해지는 현 상황에서는 기후 위기 자체가 정치적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쟁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단국대 김수진(행정법무대학원) 교수는 “기후 유권자가 선거라는 제도적인 정치적 공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세력화가 된다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사회의 정치 주체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며 “파편화되고 비정치화되고 포퓰리즘에 기반하여 표를 던지는 개별화된 군중의 입장과 비교한다면, 또는 경제적 기반에 따라서 계급투표를 행사하는 전통적인 정치적 주체와 비교한다면 탈현대적인 주제와 다중적 위험으로 점철된 현대사회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의미 있는 정치세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초의 기후 선거는 2021년 9월 13일에 치러진 노르웨이 총선이었다. 당시 주요 산유국인 노르웨이에서 석유 시추와 생산 중단이 큰 쟁점이었는데, 기후변화에 대응한 에너지 산업 개편과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앞세운 중도좌파 야권이 8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2021년 9월 1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선거에서 노동당이 풍력발전과 천연가스로 대체 에너지를 생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향후 비중이 줄어들 석유 산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약속이 공약의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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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달 26일 치러진 독일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2021년 9월 2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당시 독일 총선의 핵심 의제는 ‘기후 변화’였다. 6개 주요 정당 모두 정치 진영을 초월해 각종 발표와 연설에서 기후 관련 정책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주요 정당들이 기후 공약을 앞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같은 해 7월 독일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최소 18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홍수와 유럽과 북미의 이상기후 등이 시민들의 기후 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선 앞둔 미국

올해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에 중대한 영향을 줄 선거로 꼽힌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하게 전망되는 가운데 양 후보가 환경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해 확연히 다른 기조를 보인다. 이에 미국 대선 결과가 세계의 탈탄소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정책의 가장 큰 쟁점은 이른바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IRA는 미국 내 급등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 정책이다. IRA에서 가장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분야는 기후 변화 대응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지급하는 보조금(세제 혜택) 등이 핵심 내용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첫 해 탈퇴한 파리 기후협약에 재가입했으며, 2050 미국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파리 기후협약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협정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첫해에 파리협약을 탈퇴했으며 당시 미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협정 탈퇴국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바이든 행정부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예비 공약으로 ‘어젠다 47’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파리협정의 재탈퇴 △IRA 등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한 친환경 보조금 전면 수정 △미국 내 화석연료 채굴 확대 △자동차 연비규제 완화 및 전기차 의무 판매 규제 폐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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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할지 혹은 트럼프가 백악관을 탈환할지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정반대로 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 대학 로버트 켈리(정치외교학)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변화를 받아들이고 전기차를 촉진하는 것과 같은 완화 정책을 지지하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 변화가 신화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고 화석 연료를 재착수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그린뉴딜을 지지하는 세력이 비교적 강한 민주당에 비해 공화당의 이념적 분포는 성장주의이고 트럼프의 공화당은 갈수록 보호주의적 색채가 강해지면서 자국 성장주의와 이를 위한 환경파괴를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이 같은 선거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펼쳐진다. 지난해 12월 28일, 미국 주간지 <타임>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유럽연합을 포함해 최소 64개 국가에서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진다. 이들 국가의 인구수를 모두 더하면 세계 인구의 49%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기후유권자의 출현이 반드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선거를 통해 구체적인 기후 위기 극복 방안이 경쟁하고 필요에 따라 연대하는 공간이 형성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각 국가마다 기후 위기보다 그들이 당면한 더 중요한 이슈가 존재할 수도 있으며 특히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한 국가나 저소득층 등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한 민감성이 정치적 영향력으로 행사될 만큼 선거 공간에서 표로 행사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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